
1년 내 프리미엄차를 사겠다고 한 소비자 3명 중 1명(33%)이 실제로는 대중차 브랜드를 구입한 반면 대중차를 사겠다고 했다가 프리미엄차로 돌아선 경우는 5%에 그쳤다. 자동차 구입 전단계의 희망사항(수입-프리미엄차)이 현실의 벽 앞에서 하향 선택(국산-대중차)되는 추세가 실제 소비자 데이터로 확인됐다.
이번 분석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4~2025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에 연속 참여한 응답자(3만1,852명) 중 2024년 1년 내 새차 구입 계획을 밝히고 계획대로 새차를 구입한 소비자의 계획 실현율(당초 원하던 속성의 차를 그대로 구입한 비율)을, 원산지(국산 vs 수입차), 브랜드 등급(프리미엄차 vs 대중차), 차종(세단 vs RV), 차급(대·중·소형), 연료 타입 등 5가지 측면에서 비교했다.

소비자의 구입의향과 실제 행동의 차이는 브랜드 등급(프리미엄차 vs 대중차)과 원산지(수입차 vs 국산차)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프리미엄 브랜드 의향자의 계획 실현율은 67%에 그쳤고, 수입차 의향자 역시 71%만이 당초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프리미엄이나 수입차를 꿈꾸던 소비자 10명 중 3명은 최종 결제 단계에서 눈높이를 낮춰 대중차·국산차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1년 전 대중차 브랜드를 사겠다고 마음먹은 소비자의 95%는 실제 대중차를 샀고, 국산차 의향자의 94%도 그대로 국산차를 선택해 '국산-대중차'의 경우 압도적인 계획 실현율을 보였다.
이같은 하향 선택(Downgrade) 현상은 브랜드 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실현율은 BMW가 65%로 가장 높았고, 벤츠 52%, 제네시스 42%로 각각 10%p 이상의 차이가 있었다. BMW 의향자의 19%는 현대차그룹 브랜드로 갔고, 벤츠로 간 비율은 2%에 불과했다. 반면 벤츠는 기아(17%)와 BMW(13%)로 이동한 비율이 이탈자(48%)의 절반을 크게 상회했다. 제네시스의 실현율(42%)은 3개 브랜드 중 제일 낮았지만 실현율과 거의 같은 규모(39%)가 현대차그룹 브랜드를 선택해 실질적인 이탈은 가장 적었다.

수입차 양강 BMW와 벤츠의 성적은 BMW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BMW→벤츠는 2%에 불과한 반면 벤츠→BMW는 13%로 10%p 이상 많았다. 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사건 이후 벤츠와 중국을 연결 짓는 수많은 악의적 소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BMW와 벤츠 이탈자 모두 현대차보다는 기아를 월등히 많이 선택했다는 점이다. 고급 수입차와의 인식상 거리는 현대차가 기아보다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은 고급 수입차 선호가 현대차에 대한 거부감과 관련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차종별 분석에서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현실적 선택이 돋보였다. 레저용 차량(RV)를 사려던 소비자의 91%는 변동 없이 RV를 최종 구입한 반면, 세단 의향자의 실현율은 73%에 머물렀다. 차급·차종별로 보면 중형 RV 실현율이 81%로 가장 높았고, 소형 세단(67%), 소형 RV(66%)와 대형 세단(66%) 순이었다. 대형 RV(62%)도 60%대를 지킨 반면, 과거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중형 세단(55%)은 전체 속성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형 세단 의향자 절반 가까이가 다른 차급이나 차종으로 빠져나간 셈으로, RV 강세와 더불어 큰 차 선호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연료타입별로는 최근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의 역설이 눈에 띈다. 내연기관인 가솔린과 순수 전기차(EV)의 계획 실현율이 각각 71%로 비교적 높았던 반면, 하이브리드(HEV) 의향자의 실현율은 63%에 그쳤다(LPG와 디젤은 각각 30% 이하). 이는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식었다기보다 비싼 가격과 긴 출고 대기 기간이라는 현실적 제약으로 소비자가 이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The Say-Do Gap 문제는 모든 마케터에게 가장 힘든 과제의 하나였다. 이제 마케터들은 이 자료를 통해 여러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국산, 대중차, RV, 전기차 등의 실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사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이유를 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보다 합리적, 과학적 소비자 관계에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