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통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차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K-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5월 28일 오전 자동차회관에서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전환과 K-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제4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자국 산업 보호정책,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국내 미래차 생산기반 유지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대진 KAIA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미국과 EU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은 관세, 수출입 통제, 산업지원책 등을 활용해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미국의 232조 자동차 관세와 301조 조사, USMCA 재검토 등을 언급하며 통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EU 역시 산업가속화법 도입과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정 등을 통해 역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 회장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아세안, 중남미, 중동은 물론 유럽과 한국 등 선진 시장까지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며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전략적 현지 거점 구축을 통해 소재와 부품 등 생태계 전반으로 경쟁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미래차 분야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보다 전향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주요국 통상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안정적인 수출 환경을 유지하고, FTA 확대 등을 통해 신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적으로는 전기차 보조금 유지와 개선, 국내생산촉진세제 등 국내 생산과 경제·일자리 기여도를 반영한 정밀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도 이어졌다.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통상·산업 환경 변화 속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각적 대응책 점검’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중국 전기차 생산량이 전 세계의 70%를 넘어서는 가운데, 내수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유입되면서 각국이 관세, 보조금, 수입·투자 통제 정책 등을 통해 자국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232조 자동차 관세와 301조 적용, 커넥티드카 규제, IRA 생산세액공제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중국산 유입을 견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와 산업가속화법을 통해, 일본은 전략산업촉진세제를 통해 역내 생산을 유인하는 등 주요국의 산업정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무역조치, 외국인투자안보심사 강화,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CPTPP와 한-멕시코 FTA 등 통상 네트워크 다변화와 미래차 기술 경쟁력 확보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외 진출 거점 다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외 거점은 단순한 지역 분산이 아니라 생산, 공급, 인프라 기능이 분화되고 서로 결합된 거점 네트워크 차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세안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이 결합된 전략 거점으로 육성되고 있으며, 멕시코와 브라질은 북미시장 접근과 핵심광물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생산·공급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EU에서는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거점 확대가 가격 경쟁을 넘어 공급망, 원산지, 탄소규범 대응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해외 거점 전략과 국내 산업기반 전략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 기조 강화와 미래차 경쟁 심화 속에서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박성규 HMG경영연구원 상무는 “최근에는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정부가 산업 생태계의 밑바탕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전략은 국내 생산 기반 유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지난 30년간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이 우세했다면 최근에는 산업정책의 부활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산업은 방어적 산업정책을 추진하되 통상 마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지원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확대와 중국 자동차산업의 급부상으로 기존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진 한국 자동차산업은 주요국 산업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충전 인프라와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실장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 확대와 수입 전기차 점유율 상승을 언급하며, 현재의 구매보조금 중심 지원 구조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반드시 국내 생산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품업계가 내연기관 생산 체계를 유지하면서 미래차 대응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며,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과 금융·고용·전환 지원을 연계한 정책 믹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IA는 이번 포럼을 통해 글로벌 통상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 환경 안정화와 해외 시장 다변화뿐 아니라, 국내 미래차 생산기반과 부품 생태계 유지·강화를 위한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